| 제목 |
늘어나는 당뇨병 인구, 무엇이 문제인가? |
| 작성자 |
Dr.감 |
등록일 |
12-02-26 13:51 |
조회수 |
4,236 |
2000년 여름 레지던트 4년차 때 미국을 잠시 다녀온 적이 있다. 친구가 유학하고 있던 시카고가 첫 여행지였는데, 미시건 호숫가에는 고소득 직종을 가진 독신자들이 사는 고층 아파트들이 서 있었고, 공원에는 몸매가 늘씬한 남녀들이 음악을 들으며 조깅을 하고 있었다. 친구 말로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는 정크 푸드라고 하며 먹지를 않고 과일 등도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만 먹는다고 했다.
시카고 불스 야구팀의 홈구장에 야구경기를 보러갔다. 관람석이 3층으로 구분되어 규모가 잠실구장보다 훨씬 컸다. 경기장내 매점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놀라운 점은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데도 먹을거리를 사려는 사람은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정말 희한한 일이군. 야구경기에는 별 관심이 없고 먹을 것에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라고 생각하고 관중석으로 들어섰을 때 또 한 번 놀랐다. 초등학교 1-2학년쯤 되 보이는 어린이의 손에는 어른들 식반 크기의 반 정도 되는 플라스틱용기에 뭔가가 가득 담겨 있는 것을 껴안고 먹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초’라는 칩이었다. 미국 본토의 음식값은 당시 우리나라 물가에 비하면 비쌌지만 양이 많으니 좋았다. 아이스크림도 크고 초코도 많이 들었고, 콜라도 양이 많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스테이크 크기가 커서 좋았다.
2012년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겨우 10여년 만에 그 때 보았던 미국인의 생활 모습과 너무도 유사해져가고 있다. 초등학생이 점심식사를 1끼에 800 kcal가 넘는 햄버거 세트로 해결하고, 피자 등과 같은 고칼로리 음식이 보편화 된지는 이미 오래다.
이러한 식생활패턴의 변화는 당뇨병의 발생양상도 서구화시키고 있는데, 2001년에는 30대 이상의 당뇨병환자가 전체의 8.6%이었던 것이 2008년에는 9.8%(남자 10.6%, 여자 8.5%)로 증가하였다.
국민영양평가 조사 결과를 봐도 1970년도에는 총 섭취열량의 구성을 보면 탄수화물이 80.8%를, 단백질 12%, 지방은 7.2%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보더라도 계란이나 마가린에 밥 비벼먹는 것도 그다지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2007년에는 단백질이 14.7%, 지방이 18.5%로 증가하였고, 이는 국민의 육류 소비량의 증가와 함께 고칼로리의 패스트푸드가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며, 점차 심화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 증가는 남성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는 남성에서 당뇨병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과 일맥상통한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고지방식이가 당뇨병을 유발하는 기전이 알려졌다. GnT-4a 당전이 단백질은 췌장 세포가 당을 흡수하게 하여 혈액 내 당이 얼마만큼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슐린 분비량을 조절하게 되는 데, 고지방 식이를 하는 경우 GnT-4a 단백질의 발현이 억제됨으로써 췌장은 혈당 조절 기능을 잃게 된다.
1986년 필자가 고3이었을 때는 체력장이 있었기에 학력고사 1달 전까지도 오래달리기 등의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1994년 체력장이 폐지된 이후 20년이 가까워지고 있는 요즈음 아이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운동을 하는 시간은 현저히 적어지고 고등학교 때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식생활의 변화와 운동량의 감소는 결국 비만 인구의 증가로 나타난다. 당뇨병 발생위험인자 중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가 비만임을 상기하면 당뇨병 인구의 증가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2형 당뇨병, 즉 인슐린 저항성 악화와 인슐린 분비능력 감소가 함께 관여하는 당뇨병이 증가함으로써 당뇨병의 양상이 서구화 되어가고 있고 환자 수는 점차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남성에서 보다 심한 양상을 보인다.
요즘은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어떻게든 의료비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 잘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 구성 형태가 선진국형으로 바뀌면서 노령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스며든 고칼로리 음식들과 패스트푸드의 기세가 사그라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와중에 각종 당뇨병을 비롯한 각종 심혈관, 뇌혈관 질환은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인가 미국에서는 미셀 오바마 영부인이 총 칼로리가 1000 kcal를 넘는 햄버거 세트를 사먹었다고 뉴스에 보도되고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었었다. 또한 비만 인구 급증에 따라 미국의 의료비용이 20년 뒤에는 한 해 7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우리도 이제는 당뇨병을 더 잘 치료하거나 더 싸게 치료하는 2차 예방에만 치중하지 말고, 아예 덜 발생하도록 1차 예방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혈당조절의 목표, 이상지질혈증의 조절 목표, 고혈압의 조절 목표에 대한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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